
신입사원이 처음 맡는 일은 대개 비슷하다. 자료를 찾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선배가 검토할 보고서 초안을 만든다. 회사 입장에서는 누군가 처리해야 할 기초 업무이고, 신입에게는 업무의 맥락과 판단 기준을 익히는 과정이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이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두 가지가 함께 흔들리고 있다. 신입에게 맡길 일과, 신입이 일을 배우는 경로다.
2026년 10월 20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AI 딜레마 2부―신입사원 실종사건’은 이 문제를 다뤘다. MBC 공식 소개에 따르면, 제작진은 국내 채용공고를 분석하고 기업의 AI 활용과 청년 취업 현장을 취재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재직자의 해고만이 아니다. 기업이 새로운 사람을 처음부터 채용하지 않는 방식으로도 변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력자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생기는 역설
경력자가 AI를 활용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후배에게 시장조사를 맡기고, 며칠 뒤 초안을 받아 수정했다면 이제는 직접 AI에 조사와 작성을 지시할 수 있다. 결과가 부정확해도 어느 부분을 의심하고 무엇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지 안다. 경험에서 나온 판단력이 AI의 속도와 결합하는 것이다.
이 조합은 기업에 매력적이다. 업무를 배분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결과물을 빨리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조직이 “그러면 신입은 덜 뽑아도 되겠다”는 결론으로 곧장 넘어가면 문제가 생긴다. 지금의 경력자가 판단력을 얻었던 학습 경로를 다음 세대에게는 제공하지 않게 된다.
미국에서도 초기 경력자의 고용을 따로 살펴봐야 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의 2026년 8월 개정 연구는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젊은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고용 흐름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를 AI의 인과적 효과를 확정한 결과가 아니라 초기 변화를 보여주는 관찰 지표로 설명한다. 한국의 채용 상황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전체 고용 수치만으로는 입직 단계의 변화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로 읽을 수 있다.
신입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결정에는, 그 업무가 담당하던 학습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야 한다.
자료조사는 정보를 모으는 일이면서 출처를 구분하는 훈련이다. 보고서 초안 작성은 문장을 쓰는 일이면서 무엇을 앞에 놓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훈련이다. 반복 업무를 모두 유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결과물을 만드는 시간을 줄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과정에서 익히던 역량까지 저절로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

AI는 신입을 밀어낼 수도, 빨리 키울 수도 있다
여기서 AI를 신입의 경쟁자로만 바라보면 해법이 좁아진다. 같은 기술이 초보자의 업무 수행을 돕는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지원 현장을 분석한 「Generative AI at Work」 연구에서는 AI 지원 도구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숙련도가 낮거나 경험이 적은 근로자에게 특히 크게 나타났다. 특정 업무 현장의 결과를 모든 직종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AI가 초보자의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는 근거는 된다.
국제노동기구 역시 생성형 AI에 대한 직업의 ‘노출’을 실제 일자리 소멸과 구분한다. 2025년 보고서는 많은 직업에 사람의 관여가 필요한 과업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직업 전체의 대체보다 업무의 변형이 가장 가능성 높은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채용 감소의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의 가능성과 실제 조직의 선택을 나눠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이 결정해야 할 것은 AI 사용 여부를 넘어선다. 경력자에게 AI를 붙여 현재 인원의 처리량을 늘릴 것인지, 신입에게도 AI와 피드백을 제공해 숙련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두 방식은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만 인재를 키우는 구조는 다르다. 전자는 당장의 효율을 높이고, 후자는 미래의 업무 수행 능력까지 함께 설계한다.
예를 들어 신입에게 경쟁사 분석 보고서를 맡긴다고 해보자. AI로 초안을 만든 뒤 제출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학습 여부를 알기 어렵다. 대신 핵심 주장 세 개의 원문 근거를 확인하고, 비교 조건이 다른 수치를 찾아내고, 최종 제안에서 제외한 대안의 이유를 설명하게 할 수 있다. 선배는 문장 전체를 다시 쓰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신입이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검토한다. 이렇게 하면 자동화가 학습 시간을 없애는 대신 피드백의 초점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기업교육도 결과물보다 판단 과정을 봐야 한다
이 변화는 AI 교육의 목표도 바꾼다. 보고서를 빨리 만들고 발표자료를 완성하는 실습은 유용하다. 하지만 결과물의 완성도만 평가하면 교육생이 업무를 이해한 것인지, AI가 만든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문서가 매끄러워질수록 이해의 빈틈은 오히려 가려질 수 있다.
교육에서는 AI를 쓰는 단계와 사람이 판단하는 단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영업 제안서를 만드는 실습이라면 고객 정보 중 확인된 사실과 추정을 구분하게 하고, 협상안을 만드는 실습이라면 추천 조건을 바꿨을 때 누구의 부담이 커지는지 설명하게 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프롬프트의 길이나 사용한 기능의 수가 아니다.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하고, 채택할 이유를 말할 수 있는가다.
채용에서도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 신입 지원자에게 경력자 수준의 완성품만 요구하면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계속 유리해진다. 짧은 업무 과제에 피드백을 제공하고, 지원자가 무엇을 어떻게 고치는지 살펴보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의 결과물뿐 아니라 배우는 속도와 오류를 다루는 태도를 보는 것이다.
기업의 AI 도입 성과 역시 절감한 시간만으로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신입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검토 과정에서 반복되는 오류, 선배의 피드백이 실제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처리량은 늘었는데 후배가 자라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미래의 숙련을 소모하면서 현재의 효율을 얻고 있을 수 있다.
AI가 기초 업무를 더 많이 처리하게 되는 흐름 속에서, 예전 방식의 일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바뀐 업무에 맞춰 경험을 쌓는 경로를 다시 만드는 일이다. 기업이 자동화 계획을 세울 때 신입의 학습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하는 이유다. 오늘 AI에 맡긴 업무에서 내일의 경력자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까지 생각해야, 효율이 조직의 지속적인 역량으로 이어진다.
주요 출처
- 입력 원본 영상: PD수첩 ‘AI 딜레마 2부―신입사원 실종사건’
- MBC PD수첩 1526회 공식 소개 — 영상 관련 내용은 이 자료를 기준으로 확인
-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 No Widespread Displacement, but the AI Employment Gap for Young Workers Has Widened to 19%
- NBER — Generative AI at Work
- ILO — Generative AI and Jobs: A Refined Global Index of Occupational Expos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