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Salesforce의 연례 행사 Dreamforce에서 마크 베니오프와 샘 알트만이 나눈 대화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보다 더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생성형 AI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로 글쓰기, 코딩, 이미지 생성처럼 사람이 하던 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를 봤다. 그런데 알트만은 이번 대화에서 AI의 수준을 설명하는 기준으로 ‘업무’가 아니라 ‘전문가’를 꺼냈다. 그는 GPT-5.5를 평균적인 수학 교수 수준에, GPT-5.6을 상위 1~2% 수준의 수학 교수에 비유했고, 그 이후의 내부 모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까지 다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주장의 정확한 순위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OpenAI 내부 모델의 실제 능력은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고, CEO가 공개 행사에서 설명한 평가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기업과 직장인이 주목해야 할 변화는 명확하다. AI를 평가하는 질문이 ‘이 업무를 할 수 있는가’에서 ‘어떤 수준의 전문가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시대에서 일을 맡기는 시대로
초기 생성형 AI 활용법은 대부분 프롬프트 중심이었다. 좋은 질문을 입력하고, 원하는 형식을 지정하고, 결과를 사람이 수정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기업교육에서도 ‘어떻게 질문해야 좋은 답을 얻는가’가 중요한 주제였다. 하지만 모델의 추론 능력이 높아지고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와 데이터를 이용해 여러 단계를 연속적으로 수행하게 되면서 이 구조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능력은 한 번의 질문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어떤 목표를 주고, 어떤 자료와 권한을 제공하며,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능력에 가까워진다. Salesforce가 이번 Dreamforce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Agentic Enterprise’ 역시 같은 방향을 보여준다. AI가 단순히 답변하는 인터페이스를 넘어 CRM 데이터와 업무 흐름 안에서 행동하고, 사람에게 필요한 순간 인계하는 구조를 기업 시스템 안에 넣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 담당자가 “이번 달 매출을 분석해줘”라고 질문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AI가 고객 데이터와 거래 이력을 분석하고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찾은 뒤 담당자에게 우선순위를 제안하고 필요한 후속 업무까지 준비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구매 업무에서도 견적서를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 조건을 분석하고 협상안을 만들고 계약 위험을 점검하는 역할까지 확장된다. 결국 AI 활용의 단위가 ‘질문’에서 ‘업무 프로세스’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위치가 바뀐다
AI가 전문 영역에 깊숙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따라온다. AI가 전문가 수준의 분석과 추론을 할 수 있다면 전문가에게 남는 일은 무엇인가.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답을 만드는 능력’과 ‘어떤 답을 선택하고 책임질 것인가’가 동일하지 않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을 검증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모델의 성능 향상이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 반면 기업 의사결정은 상황이 훨씬 복잡하다. 동일한 데이터에서도 조직 전략, 고객 관계, 예산, 법적 책임, 내부 정치, 실행 가능성에 따라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AI가 가능한 선택지를 빠르게 탐색할 수 있어도 어떤 선택이 조직에 적합한지 결정하는 일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전문가는 모든 정보를 직접 처리하는 사람에서 AI가 만들어낸 분석과 선택지를 평가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를 처음부터 직접 작성하는 능력보다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정의하고, 어떤 근거가 필요한지 판단하고, AI의 결과에서 오류와 과장을 찾아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AI가 전문가의 능력을 확대할수록 오히려 인간에게는 판단 기준과 책임의 수준이 더 높게 요구된다.

성능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누가 통제하는가’다
이번 대화에서 알트만이 강조한 또 하나의 주제는 AI의 성능 자체가 아니라 권력과 통제 문제였다. 그는 고도화된 AI가 통제를 벗어나는 위험뿐 아니라 소수 기업이 강력한 AI를 보유하면서 경제와 사회에 지나친 영향력을 갖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언급했다. Reuters 역시 Dreamforce 현장에서 OpenAI, Anthropic, Nvidia 등 주요 AI 기업들이 AI 안전과 규제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는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데이터를 모델에 연결하고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좋은 전략은 아니다.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행동은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어디에서 사람의 승인이 필요한지, 결과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기업 시스템 안에서 직접 행동하기 시작하면 보안과 권한 설계는 더 중요해진다. 사람에게는 허용하지 않을 권한을 AI에게 무심코 제공하거나, 잘못된 판단이 여러 시스템으로 연쇄적으로 실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의 AI 경쟁력은 가장 강력한 모델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에게 어디까지 일을 맡기고 어디에서 인간이 개입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영 역량이 된다.
이제 배워야 할 것은 AI 사용법이 아니라 AI와 일하는 구조다
기업교육도 이 변화에 맞춰 달라질 필요가 있다. ChatGPT의 기능이나 프롬프트 공식만 가르치는 교육은 빠르게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모델과 인터페이스는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반면 문제를 정의하고, 자료를 제공하고, AI에게 역할을 맡기고, 결과를 검증하고, 실제 업무에 연결하는 과정은 모델이 바뀌어도 계속 필요하다.
따라서 AI 교육의 중심도 ‘프롬프트 작성법’에서 ‘AI 업무 설계’로 이동해야 한다. 같은 생성형 AI를 사용하더라도 단순히 문장을 작성하는 사람과 업무 프로세스 전체를 AI와 함께 재설계하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성과 차이는 점점 커질 것이다. 특히 관리자에게는 직접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조직 안에서 어떤 업무를 자동화하고 어떤 업무는 사람에게 남겨야 하는지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샘 알트만이 소개한 내부 모델이 실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를 넘어섰는지는 앞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주장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사람에게 답변을 제공하는 보조 도구에만 머물지 않고, 특정 영역에서 전문가 수준의 일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